문화 텍스트로서의 미국문학 읽기

  어떤 문화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 직접경험만큼 좋은 것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문화는 삶의 집합이므로 어떤 문화를 직접 경험한다는 것은 시간적으로 뿐 아니라 정신적, 물질적으로도 무지한 대가를 요구한다. 그러므로 삶의 언어적 모방인 문학이 문화에 대한 제일의 텍스트가 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99년 가을 영어영문학회 미국문학 강좌 시리즈는 문학은 문화의 제일의 텍스트이며 문학작품을 읽는 것은 곧 문화를 읽는 것이라는 점에 착안하여 기획되었다. 10명의 저명한 연사들이 미국문화 전반에 걸쳐 강의하는 동안 미국문화를 특징지우는 많은 요소들이 저절로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미국대륙에서 펼쳐진 미국인들의 이상은 무엇이었으며 그것은 어떻게 변질되었는가? 미국사회에서 여성들의 지위는 어떠하며, 미국의 여성들은 그들의 지위향상을 위해서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가? 다민족국가이며 노예제도 보유국이었던 미국의 인종적 담론에 실려있는 백인우월주의 이데올로기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금번 미국문학 강좌 시리즈에서 이상의 여러 문제들이 포괄적이고 진지하게 다루어질 것이다.

 

 9월 16일 (목)

오후 6시: 강연
  연제: Wendy Wassertein의 드라마를 통한 미국문화 읽기
  연사: 이 해 영 (상명대)
  사회: 오 경 심 (강원대)

  미국의 여성 연극은 영국의 식민지 정책에 대항하는 정신 속에서 시작되었고 그 대항 정신은 그후 미국인들의 의식 속에 있어 왔다. 1960년대부터 여성 극작가들은 여성은 가정과 남성에 복종하고 침묵해야 하는 삶을 살아 왔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동시에 그러한 억압에 대항하며 여성이 얻어내는 자유, 결단력 있는 행위, 쟁취하는 독립을 무대 위에 올려 왔다.  따라서 여성 연극은 여성들이  정신적 힘을 지니고 살아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해 왔으며 여성을 더 이상 열등하지 않은 중심인물로 무대 위에 올리며 여성들이 겪어 나가는 효험과 정신적 체험을 미국의 변화하는 문화에 맞추어 제시해 오고 있었다.
  이러한 여성 연극의 문화적 배경 안에서 Beth Henley, Martha Norman, Maria Irene Fornes는 가부장제도의 사회 안에서 곤경에 처해 있는 여성들이 자주적인 힘을 취득하는 과정을 극화시키고 있고 웬디 웨써스틴의 드라마는 1970년대 이후의 미국 사회와 여성의 의식의 변화에 대한 보고서와 같다. 웨써스틴의 드라마에 나오는 여성들은 초기 여성운동의 진척으로 이미 다양한 사회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여성들이며 진보적이고 해방된 모습을 지녔던 여성운동가들의 변화는 사회에서 여성이 지닌 한계를 엿보게 한다. 즉 1960년대와 1970년대 당시 진보적 여성 운동을 하던 여성 등장 인물들이 1970년대 이후 자본과의 발빠른 제휴와 변모를 시도하는 것을 통해 웨써스틴은 여성 운동과 여성 연대 의식이 지닌 문제들을 제시한다.
  여성간의 연대의식의 문제를 다루는 한편 웨써스틴은 여성의 정체성 문제를 다룬다. 여성 운동이 몰고 온 거센 파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회가 전통적인 남성 위주 사회이며 전통적인 가치관과 새로운 여성 의식의 차이에서 웨써스틴의 여성들은 갈등과 혼돈을 겪고 있으며 개인적 욕구와 사회적으로 전문인이 되려는 욕망 사이에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여성들은 자신이 누구인지를 알고 싶어하는 미국인의 모습을 반영하고 있으며 이것을 사회적인 안건으로 이끌어 낸다. 웨써스틴은 여성의 정체성 추구가 사회적 성공과 정치적 여성운동에서 달성되는 것이기보다는 여성 스스로 자신의 삶이 가치를 지니고 있음을 인식함으로써 비로서 성취될 수 있다고 본다.
  결국 이렇게 여성 의식이 변모하는 미국 문화 속에서 여성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웨써스틴은 가부장제도의 사회 구조와 남성 중심 문화 체계를 전복시키기보다는 젠더 간의 성적차이를 인정하고 모든 사람은 평등한 인격체로서 그들 자신의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고 결론 내린다. 남성과 여성의 사랑과 우정, 조화, 남성과의 협력을 강조하며 서로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동료로서의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다.
 

 9월 23일 (목)   추석연휴로 쉼
 

 9월 30일 (목)

오후 6시: 강연
  연제: 사회라는 이름의 감옥:
        포크너의 The Wild Palms 연구
  연사: 박 정 오 (명지대)
  사회: 강    희 (대구대)

  The Wild Palms(1939)는 포크너가 헐리우드에서 일하던 시기에 씌여진 소설인 만큼 자본주의 문화 속에서 예술이 상품화되는 현상에 대한 첨예한 인식을 담고 있다. 이무렵 포크너는 형식상의 통일성에 지나치게 엄격한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던 단계를 지나, 대중오락이 가속화되는 시대에 처한 예술가의 운명에 대해 폭넓은 질문을 던지고 있고 이러한 질문은 컴퓨터와 영상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더욱 절박한 문제로 다가온다.
  서로 독립된 두 이야기를 대위법적으로 엮어나가는 이 소설에서 감옥은 두 이야기를 이어주는 주요한 상징적 공간이다. 사회를 등진 주인공들이 선택한 감옥은 과연 사회와 무관한가? 돈이 기본 축이 되는 사회에서 개인의 자유는 어디까지 허용되는가? 자세한 텍스트 읽기를 통해 이러한 쟁점을 밝히기로 한다.

 

 10월 7일 (목)

오후 6시: 강연
  연제: 우리 몸(문화)은 전쟁터! - Toni Morrison의 The Bluest Eye에 나타나는
        미국 문화의 헤게모니와 인종적/성적 정체성
  연사: 고 갑 희 (한신대)
  사회: 전 승 혜 (공사)

   문화는 갈등의 장이다. 그리고 단순히 생산관계를 보조하는 수단의 지위에 머무르지 않는 자율성을 갖는다. 따라서 문화 영역에서의 투쟁은 어떤 사회 구성체의 '지배성'을 깨뜨리는데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진지전(war-of position)의 영역으로 정치적인 중요성을 갖는다.
  페미니즘과 문화연구가 만날 수 있는 근거는 일상의 문화를 주요한 지식 생산의 장으로 본다는 점이다. 페미니즘과 문화연구는 재현과 정체성의 문제에 공통적으로 관심을 갖는다. 즉 대중매체를 통한 지식과 권력의 관계가 구체적으로 여성들에게 어떻게 적용되어 여성들의 정체성을 형성하는지의 문제에 관심을 갖는다.
  토니 모리슨의 텍스트 『푸르디 푸른 눈동자』는 미국사회 구성체의 지배성을 유포하는 이데올로기의 장으로 대중문화를 파악하고 인종과 성적 이데올로기가 소비 문화와 재현의 영역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준다. 자본주의와 가부장제에 기반을 둔 지배문화가 인종과 성을 둘러싸고 어떻게 개개인에게 파고드는 이데올로기가 되어 헤게모니를 장악하게 되는지를 문화적 장치들을 분석함으로써 날카롭게 제시한다. 모리슨은 육체와 욕망을 둘러싼 정체성 형성을 지식과 권력의 상관관계를 통해 드러내 보여준다. 또한 대중문화 속에 나타나는 이미지 분석과 소비 수용에 대한 해석을 가함으로써 흑인 여성의 몸에 직접, 간접으로 가해지는 백인남성 집단의 폭력성을 비판한다.
  이 강의는 먼저 알튀세르와 그람시, 무페, 푸코, 홀 그리고 여성이론가들의 문화론을 잠시 언급하고 토니 모리슨의 문학 텍스트 내의 문화적 헤게모니에 대한 재현 방식을 살펴볼 것이다. 그리고 스튜어트 홀의 개념 "헤게모니적­지배적", "타협된­절충주의적" "대항적" 해독이란 개념틀에서 등장 인물들의 수용의 문제를 파악하고, 모리슨의 작가로서의 위치를 살펴보고자 한다. 즉 이 텍스트에서 모리슨이 담론과 이미지에 담긴 역사적 세력을 고찰하는데 있어 대안(저항) 문화의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는지 있다면 어떻게 제시하는지를 함께 토론하는 것으로 강의를 진행하고자 한다.

 10월 14일 (목)

오후 6시: 강연
  연제: America in American Poetry
  연사: 최 병 현 (호남대)
  사회: 여 홍 상 (고려대)

   Poetry or literature in general is a reflection of society which it belongs to, and American poetry, in this sense, is not an exception. What emerges out of American poetry appears to be basically four different images of America. The first image is an optimistic picture of America which Walt Whitman envisioned as "America Singing". The poet says that he hears America singing by which he seems to indicate that all the members of America's society, regardless of their vocation, age or sex, work and enjoy their lives in America with the privilege of freedom. The singing of the people is clearly the affirmation of their pleasure and satisfaction.
  Generally speaking, this Whitmanian vision of America has dominated American poetry until the 1960's when Allen Ginsberg and other poets began to raise an alternative vision of America which was quite opposed to the traditional one, which one can call "America Not Singing" or "Disillusioned America". Before the 1960's there had been plenty of novels dealing with the disillusion of the American dream, but relatively little in poetry. In this sense, Ginsberg's "Howl" can be as much prophetic as "Leaves of Grass". In Ginsberg's poem one finds a great longing to recover the Whitmanian democratic utopia, but a sense of failure and frustration appears to be far more significant and powerful. One finds, then, that Ginsberg's dark vision of America is reinforced by black poets including Langston Hughes. For them racist America is not America at all. There was never an America as far as they were concerned. Hughes tries to sing as Whitman did before, but his singing is not happy; it is only challenging. To borrow Ralph Ellison's metaphoric term. America is invisible. The invisibility or blindness, however, does not apply only to the racial aspect of America; it also extends to the people of America who are sexually discrimated against and oppressed. The invisible America envisioned by lesbian poets including Adrienne Rich and John Ashberry, in this sense, reveals another dark face of America.

 10월 21일 (목)

오후 6시: 강연
  연제: 월트 디즈니 만화영화의 순진성과 이데올로기:
        순진한 미녀와 왕자는 어디에?
  연사: 심 경 석 (순천향대)
  사회: 여 건 종 (숙명여대)

   디즈니 만화영화는 최근 국내에서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고 있으며 어린이들은 물론 성인까지 관람하는 가족 영화로서 그 입지를 확고히 하고 있다. 영화 자체뿐만 아니라 영화음악, 캐릭터산업에 이르기까지 막대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이 디즈니 영화에 대한 평가는 대부분 호의적이며, 적어도 적대적인 것은 아닌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천진난만한 동심의 세계를 담고 있기에 심각한 문화적 갈등을 주지 않는 것으로 여겨지는 이 만화영화는 실상 미국 사회의 이념과 가치가 내재되어 있어 진지한 학문적 연구를 필요로 한다. 이 강연은 최근에 국내에 수입 상영되어 아동들의 큰 인기를 끈 월트 디즈니의 만화영화 중에서 대표적인 작품 The Little Mermaid, Beauty and the Beast, The Lion King의 세 작품에 초점을 맞추어 디즈니 만화영화 속에 담겨진 gender/cultural identity/social issue등을 논의하고자 한다. 흥행성/상업성을 중요시하는 디즈니 영화는 실제 어린이보다는 어린이가 포함된 가족이 주 공략 대상이라는 사실을 감안할 때(마치 초중고 교과서가 해당 학생보다는 우선 교사/검인자를 만족시켜야 되는 것처럼) 디즈니의 작품은 현 미국의 주류 사회(백인 중산계층)의 관점/가치를 대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쉽게 이해가 된다. 실제로 디즈니 영화는 어린이의 덕목으로 여겨지는 순수/순진성이라는 절대 명제를 충족시키기 위해 이에 배치되는 모든 과격한 폭력/성/정치적인 갈등들을 영화에서 삭제시키려 한다. 이러한 어린이의 순수/순진성의 보존/고양을 위한 디즈니사의 의도적인 삭제가 각 작품 속에서 어떻게 변형되어 이루어졌는지 원작과의 비교/대조를 통해 분석하여 파악하려 한다. 또한 디즈니의 상업적 오락성이란 또 다른 절대 명제가 이 삭제와 어떤 갈등/조화를 이루고 있는지 그리고 삭제의 시도에도 불구하고 영화 속에 담겨져 있는 폭력/성/정치적인 갈등의 실체가 무엇인지 밝혀본다면 미국 문화의 흐름에 대한 흥미로운 고찰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즉 디즈니 영화가 현대 사회의 새로운 물결(예를 들어 페미니즘, 다원문화주의, 생태주의)을 어떻게 수용하며 반응을 하고 있는지에 관해 엿볼 수 있을 것이다.

 10월 28일 (목)

오후 6시: 강연
  연제: 동시대 미국연극에 나타난 여성 육체 재현의 정치학
  연사: 황 훈 성 (동국대)
  사회: 조 숙 희 (중앙대)

  Tennessee Williams의 Glass Menagerie의 유명한 Gay Deceiver 장면에서 Amanda는 Laura를 치장하면서 분첩을 "유쾌한 속임수"라며 로라의 빈약한 가슴에 끼워 넣는다. 로라가 "마치 우리가 덫을 놓는 것 같잖아요"한다. 아만다는 곧 "모든 예쁜 여자는 덫이야, 예쁜 덫이지, 그리고 남자들은 으레 그걸 기대하고 있다고"라고 덧붙인다(6장). 이처럼 남성 가부장적 사회에서 여자의 중요한 자본은 그녀의 몸이다. 몸을 여성스럽게 잘 가꾸어 때로는 "유쾌한 속임수"를 써서라도 잘 포장하여 진열장에 전시하게 되면 지나가는 고객인 남자가 현혹되어 물건을 고르게 하는 것이 그 자본의 부가가치를 최대화하는 것이다. 아만다는 전통적 결혼 시장에서 여성의 몸이 상품화되는 현실을 누구보다 날카롭게 직시하고 있다.
  우리는 이처럼 여성의 몸을 Foucault가 의미한 "순종적인 육체"로 만드는 과정상에 일어나는 권력 관계의 현상 내지는 연구를 여성 육체의 정치학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서 연구 주제는 ⅰ) 어떻게 여성 육체에 대한 관념이 사회적으로 구성되었는가? ⅱ) 이 사회적 구성들이 여성의 삶을 통제하는데 어떻게 사용되는가? ⅲ) 마지막으로 이러한 힘들에 대해 효과적으로 저항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Weitz) 등이다.
  이 발표는 현대 미국 페미니스트극에 나타난 여주인공들의 저항 즉 남성의 응시에 의해 식민지화한 자신들의 몸을 되찾으려는 그들의 다양한 노력들을 드러내 보여 주려는 시도이다. 사실상 남근 중심주의 사회에서 여성들은 마치 panopticon적 감시하에 처한 죄수처럼 지배적인 남성의 응시 아래에서 남자들이 규정한 여성성(femininity)에 맞추어 자기들의 육체를 관리해왔다. 그러나 이 여성성은 Judith Butler가 주장하듯 "하나의 인공물이며 성취이며. .. 그렇게 많은 육체의 패션으로 부상하는 통념화된 성의 규준을 실행하고 재실행하는 양태일" 뿐이다. 이 글에서 다룰 작품은 Beth Henley의 작품들을 중심으로 Norman Marsha의 Getting Out, Maria Irene Fornes의 Sarita 등이다.

 11월 4일 (목)

오후 6시: 강연
  연제: E. L. 닥터로우의 역사의식과 문화비평
  연사: 박    엽 (고려대)
  사회: 고 지 문 (전남대)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역사와 문화를 비판한 가장 중요한 작가의 한 사람으로 지목받고 있는 이 엘 탁터로우(E. L. Doctorow)는 역사서술의 객관성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새로운 형식의 역사 소설의 필요성을 주장하였다. 그의 주장을 옹호하는 이론적 근거는 1960년대에 대두한 후기 구조주의자들이 사물의 절대성을 부인하면서 강조한 회의주의이다. 따라서 닥터로우는 지금까지 지배 문화에 의해서 씌여진 역사는 진실을 왜곡하고 있다는 판단에서 전통적 역사를 수정하고 새로운 진실을 밝히는 담론을 창조한다. 이처럼 역사의 객관성을 거부한 포스트모더니즘의 회의주의에 기초한 그의 역사의식은 미국의 역사와 문화를 비판하는 원동력이 된다.
  과거 100년 동안의 미국 역사를 통해서 문화적 단면을 제시하는 그의 소설들은 서부 개척사에 각인된 신화의 정체를 비롯하여 민주주의와 자본주의가 표방한 낙관주의 ― 미국인의 꿈 ― 의 허상을 폭로하는 등 미국 문화의 역사적 실재를 제시한다. 그의 담론은 미국 사회가 개인에게 행사한 억압과 부당한 처사들을 노출시킬 뿐만 아니라 때로는 자유와 정의에 대한 대안적 비전을 제시한다. 이와 같은 그의 문화 비판적 담론은 회의주의적 포스트모던 시대를 거처서 다가오는 새 시대를 향한 궁극적 담론이라 할 수 있다.

 11월 11일 (목)

오후 6시: 강연
  연제: 본격 모더니즘 시에 있어서의 타자 수용:
        에즈라 파운드
  연사: 김 준 환 (이화여대)
  사회: 홍 경 주 (숙명여대)

  20세기 미국 시인들의 중요한 관심사 중의 하나는 타문화를 원용함에 있어서 어떻게 타문화의 타자성을 유지하여 미국 문화의 그릇된 정체성을 해체하는 가이다. 이러한 경향은 20세기 초의 에즈라 파운드 (Ezra Pound 1885-1972)를 기점으로 하여 1950년대의 차알스 올슨 그리고 1970년대의 "인종시학 Ethnopoetics" 그룹에 이르기까지 20세기 미국시의 한 전통을 형성하고 있다. 1976년 저롬 로텐버그와 게리 스나이더는 문학과 문화인류학의 결합을 시도한 "인종시학" 제 1차 심포지엄(1976)에서 제2차 세계대전이후에 본격화된 미국의 타자에 대한 지배를 문제 삼으며 타문화를 미국시에 원용하는 새로운 방법론을 모색하려고 했다. 여기서 이들이 모더니즘 시에서 새롭게 문제삼았던 작가는 바로 에즈라 파운드였다. 왜 파운드인가?
  다신교 전통을 옹호하며 "새롭게 만들기"를 강조하던 파운드는 타문화를 원용함으로써 서구 문화의 정체성을 해체하려고 하였다. 파운드의 이러한 경향은 기독교 전통을 옹호하며 "유럽의 정신"을 강조하여 "이상적"인 서구 문화의 정체성을 확립하려고 했던 T. S. 엘리엇 중심의 모더니즘과는 다른 것이었다. 파운드는 "문화"를 Kulchur로 표기함으로써 당대 상업주의에 물든 미국과 영국의 문화(culture), 전체주의에 입각하여 모든 것을 동질화시키려는 독일식의 문화(Kultur)를 비판하였다. 파운드의 "문화"를 구성하는 문화소들은 『캔토스』(The Cantos)에서 나타나듯 서로 이질적인 문화들에서 원용된 것들이다. 그렇다면 이 이질적인 문화소들이 파운드의 "동양주의"에 의해 『캔토스』속에서 타자성을 상실한 채 부정적인 의미로 재현 혹은 전용되었는가 아니면 낯설음을 지닌 채 변혁적인 요소로 남아 있는가?

 11월 18일 (목)

오후 6시: 강연
  연제: 게이, 천사, 20세기말의 미국 -
        Tony Kushner's Angels in America, A Gay Fantasia on National Themes
  연사: 이 희 원 (서울산업대)
  사회: 전 준 택 (고려대)

   1980년대 미국에서는 신보수주의 공급 중심 경제학을 주창한 레이건 정부의 출범과 함께 이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에 대하여 비관용적 태도를 취하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야심을 가진 중산층의 이성애주의 남성들은 자신들이 세계 최강국인 미국을 이끌어 가는 핵심이라고 믿었으며, 냉전시대의 적이었던 소련이 붕괴하게 되면서 이들은 자신들의 적을 해외가 아닌 국내에서 찾게 되었다. 특히 이들은 에이즈(AIDS)에 걸린 게이들을 반드시 퇴치해야 할 적으로 여겼다. 이러한 시대적 분위기 속에서 토니 쿠쉬너 (Tony Kushner)는 에이즈에 걸린 게이들을 등장시킨 작품 『미국의 천사들』(Angels in America)을 쓰게 된다.
  쿠쉬너는 이 작품에서 게이들의 입장에서 미국의 여러 현안 문제들을 극화한다. 그는 이 극에서 당시 미국 내부의 중요한 정치ㆍ사회적 쟁점이었고 여전히 쟁점이 되고 있는 섹슈얼리티, 젠더, 인종, 계급을 둘러싼 아이덴티티 문제를 게이와 에이즈를 중심으로 치밀하게 파헤친다. 그러나 쿠쉬너는 아이텐티티의 문제를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닌 맥카시즘, 이민, 인종 갈등 등과 같은 미국 전체의 역사적 맥락 속에 위치시킨다. 이 극은 또한 현재의 문제를 진단하는 데만 그치지 않고 환상적인 극적 기법 및 천사의 계시를 통해 미래에 대한 희망과 변화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로써 이 작품은 현재의 미국인들, 특히 절망에 빠진 게이들을 "고통스러운 진보"로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한다. 이런 의미에서 매우 급진적으로 보여지는 이 극은 결국 진보 사상을 토대로 세워진 미국의 계몽주의 전통을 이어받고 있다고 하겠다. 이 극에서 쿠쉬너가 인용한 에머슨(Emerson)의 싯귀절 ("정신은 진보한다")은 동성애자 쿠쉬너가 초절주의자 에머슨의 정신적 후계자임을 입증한다.

 11월 25일 (목)

오후 6시: 강연
  연제: 민주주의 이상의 진실/허구:
        William Wells Brown의 Clotel을 중심으로
  연사: 김 명 자 (카톨릭대)
  사회: 김 순 식 (명지대)

   Thomas Jefferson은 흔히 "미국 건국의 아버지" 혹은 "미국 미주주의 이상의 표상"이라고 일컬어진다. 그가 기초한 미국 독립선언문에는 "만인은 평등하게 창조되었으며, 창조주에 의하여 양도할 수 없는 권리를 부여받았는 바 그것은  즉 생명, 자유, 그리고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권리이다"라고 명시되어 잇다. 이러한 그가 1801년에 James Calleder에 의하여, 자신의 노예를 정부로 삼았으며 그 노예와의 사이에 자식을 두었다고 고발된 바 있다. 그 자신은 물론 그의 전기 작가를 비롯한 많은 역사학자들이 이 사실을 부인해 왔으며 많은 백인 지식인들도 여기에 동조해 왔다.
  그러나 거의 이백년이 지난 작년 1998년 11월에 미국 Tufts대학의 명예교수인 Dr. Eugene Foster가 Jefferson의 후손의 혈액과 그의 흑인 후손의 혈액을 채취하여 Oxford대학에서 행한 DNA test 결과가 일치한다는 것을 밝혀내어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 sensation을 일으켰다. "미국 민주주의의 대부"이며 "계몽사상의 표상"인 그가 자신의 죽은 부인의 half sister이자 흑인 노예였던 Sally Hemings와 오랫동안 관계를 유지하였으며 여러 명의 자식을 두었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거의 입증되자 이제까지 반신반의했던 미국 백인사회에 큰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본 발표에서는 이미 1853년에 이러한 Thomas Jefferson의 이야기를 소재로 William Wells Brown에 의하여 씌여졌으며 최초의 흑인 소설이라고 일컬어지는 Clotel: or The President's Daughter를 중심으로 Thomas Jefferson을 위시한 미국인들이 지향해왔던 만인 평등의 미주주의 이상의 진실과 허구를 분석해 보고자 한다. 이 소설에서는 전반부에 작가 자신의 자전적인 narrative를 소개하고 있으며 이 소설에서는 많은 허구적인 요소와 여러 다른 source에서 빌려와서 각색한 부분을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역사적 사실과의 일치 여부와 상관없이 작가는 작품의 제목이 제시해 주듯이 "The President's Daughter"의 얘기를 통해 노예제도의 폐해와 악, 그리고 비인간적인 면을 고발하고 독자들의 anti-slavery감정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특히 작가는 작품의 종반부에 Clotel이 다시 노예로 잡히기 전에 아버지인 대통령이 살고 잇는 백악관이 훤히 보이는 Washington D.C.의 포토막강의 The Long Bridge에서 투신하는 장면을 도입함으로써 작품의 melodrama한 효과를 드높이고 있다.
  이 작품은 1853년에 London에서 출판되었지만 미국에서는 1969년에야 출판되었다는 사실이 많은 것을 우리에게 시사해 주고 있다. 또한 21세기를 여는 지금 과학의 발전으로 증명된 허구(?)가 오리려 오랫동안 덮어두었던 진실(?)에 앞설 수 있다는 역사적 irony를 탐색해보는 것은 의의있는 일일 것이다.